책소개
소설 ‘원미동 사람들’은 작가 양귀자가 2년 동안 쓴 연작들을 모아 한 권의 소설책으로 묶은 것이다.
한국의 경제 발전이 한창 진행되던 1980년대를 배경으로 쓰인 소설이다. 경쟁과 갈등, 악착같은 삶의 몸부림이 공존했던 80년대의 시민들의 삶의 모습이 원미동이라는 축소된 공간 안에 담겨 있다.
초판이 나왔던 1987년은 6월 항쟁부터 12월 대통령선거까지 서울특별시의 거리 곳곳은 민주화의 열망으로 뜨거웠던 시기였다.
‘멀고 아름다운 동네’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원미동은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원미동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원미동’은 멀리 있지만 아름다운 혹은 멀리 있기 때문에 아름다운 희망의 공간적 이름이다. 그곳에 도달 하고픈 애틋한 희망과 믿음이 공존하고 있는 공간이다.
작가 양귀자는 전국 각지에서 몰려온 사람들의 연탄배달도 하고 날품팔이도 하고 공장과 회사에 다니며 또 이런저런 장사를 하며 먹고사는 사람들의 도시생활의 안간힘을 동병상련하게 되었고, 그것이 이 연작을 구성케 하였다고 한다.
원미동 사람들의 생활 모습은 비관적이고 어두워 보이지만 우리 삶이 항상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듯, 기어이 또 하나의 희망을 만들어가고야 말겠다는 믿음이 공존하는 우리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어둡고 사소하고 답답한 그러면서도 내일을 생각하며 희망을 키워 나가는 원미동 사람들의 생활을 담았다.
작가 양귀자는 우리들의 삶이 원미동 연작에 압축적으로 들어 있다고도 말했었다.
원미동 사람들은 서울에서 밀려난, 그러면서도 항시 서울이라는 중앙으로의 진입을 꿈꾸는 도시 변두리의 사람들이다.
소설 ‘원미동 사람들’은 중, 고등학교의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인지도가 높다. 시험과 수능 연계 교재에도 출제되고 있어서 학생들에게 인지도가 떨어질 수 없는 연작 소설이다.
차례
멀고 아름다운 동네
불씨
마지막 땅
원미동 시인
한 마리의 나그네쥐
비 오는 날이면 가리봉동에 가야 한다
방울새
찻집 여자
일용할 양식
지하 생활자
한계령
줄거리와 감상
*멀고 아름다운 동네
서울은 막무가내로 그들을 밀어내었다. 온갖 책략을 동원해서 그들을 쫓아낸 뒤 안녕히 가십시오라고 음흉한 작별을 고했다. 달리는 트럭의 짐칸에 실려서 그는 부천 시의 인사를 받았다. 어서 오십시오. 저 반지르르한 인사말 속에는 또 어떤 속임수가 담겨 있는 것인지, 새삼 불안에 떨며, 아니 추위에 떨며 그는 펼쳐지는 새 풍경을 바라보았다.(p.31)
주인공인 은혜 가족의 멀고 아름다운 동네인 원미동의 주민이 되는 이주 과정이 펼쳐진다.
주택가와 잇대어 있는 암회색의 어두운 공장지대 와 굴뚝의 시커먼 그을음이 보였다. 그리멀지 않은 곳에 동네를 따라 길게 누워있는 병풍 같은 산자락 위에 드문드문 남아 있는 흰 눈이 어두운 하늘 밑에서 부연 먼지처럼 바래지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p.32)
이 풍경은 이주해온 주민과 원주민, 공장지대와 주택가, 자연환경과 인문환경이 뒤엉켜 이루어진 풍경이며 이 풍경 속에서 양귀자의 이야기들이 어떤 모습으로 펼쳐질 것인지 예측이 된다.
*불씨
그가 ‘전통문화연구회’의 연구원 노릇을 포기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것이었다. 즐비하게 늘어선 고층 아파트 단지를 지날 때마다 그는 발을 멈추었다. 입만 터지기 시작하면 저기 있는 모든 여인네들이 그의 고객이 되어 줄 것이라는 믿음이 그를 부추겼다. (p.50)
직장에서 해고되어 모조품 외판원으로 전락한 진만이 아버지의 고통스러운 삶의 무게가 느껴진다.
그는 자신의 물건을 팔아 줄 상대를 찾는 것이 아니라 ‘어눌한 입을 뚫어 줄 상대’를 찾는다. “ 침을 튀겨가며 품어온 말들을 뱉어낼 수” 있는 사람을 찾기만 한다면 그는 허망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터미널 대합실의 짐꾼인 권 씨로 인해 입을 열게 되고 이들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는다. 그것은 이야기의 힘이기도 하다.
*마지막 땅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강노인은, 땅은 농사를 짓기 위해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버리지 못한다. 땅의 본질적인 의미를 지키려 하고 부동산 투기를 하지 않으며 땅을 화폐의 가치로만 여기는 서울 것들에 고집스레 맞서지만 오래 버티지 못한다.
강 노인은 본격적인 도시화가 진행되기 이전의 원미동을 상징적으로 대표하는 인물이다.
*원미동 시인
선량하기 그지없는 몽달씨가 이유 없이 묻지마 폭력을 당하고, 그 폭력을 방관하는 이웃들의 무관심과 섬뜩함을 보여 준다.
몽달씨 보다 더 빠른 동작으로 방문을 가로막아 버린 사람이 있었다. 바로 김 반장이었다. “나가요! 어서들 나가요! 싸우든가 말든가 장사 망치지 말고 어서 나가요!”
(p.101)
평소 몽달씨로부터 무상의 노력 봉사를 받고 있던 형제 슈퍼 김 반장은 폭력배 앞에서 몽달 씨를 모르는 타인이라고 대답하고 그저 맥주병 깨질까 봐 그것을 치우기에 급급하다.
김 반장의 위선을 까발리고 싶어 하는 아이와, 이 일을 덮어두고 전처럼 김 반장에게 다가가는 시인(몽달씨) 중에서 작가는 시인의 편을 드는 듯하다. 이 폭력적인 세상을 상대하는 가장 큰 무기는 시라고.
*한 마리의 나그네쥐
새로 돋아 오른 깨끗한 햇살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엉성하게 짜인 도시는 지저분한 얼룩에 찌들어 끈끈한 땀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마치 짐승 우리에서 풍겨오는 악취를 맡는 것 같았다. 이제 막 그가 지나온 숲과는 전혀 달랐다. 흡사 저 우리 안으로 그 자신 한 마리 짐승이 되어 기어들어 가야만 할 것 같은 찜찜한 기분이었다. 할 수만 있다면 다시 몸을 돌려 숲으로 돌아가고 싶었다.(p.116)
김 반장, 지물포 주 씨 등이 형제 슈퍼 앞 평상에서 술을 마시며, 도시를 등지고 산으로 들어간 사내의 이야기를 나눈다. 결국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로 끝나지만.
이들은 자유를 향한 꿈과 일상의 현실과 이야기 속의 꿈 사이에서 마치 다리 한쪽이 쉴 새 없이 기우뚱거리고 있는 평상같이 흔들린다.
*비 오는 날이면 가리봉동에 가야 한다
낭만적인 문장이었다.
내막을 알기 전 까진.
열 손가락에 공이 박이도록 일을 해도 지하 단칸방 생활을 면치 못하는 성실하고 사람 좋은 막노동꾼 임 씨의 이야기이다.
비가 오는 날에는 밀린 노임을 받기 위해 가리봉동에 간다.
*방울새
동물원에 가려면 공원 입구의 미아보호소를 지나야 한다. 사람들은 유리창으로 미아들의 모습을 구경 하면서 웃으며 지나 친다. 사람 흉내를 내는 원숭이와 그 원숭이를 다시 흉내 내는 아이를 통해 짐승과 다름없는 인간의 존재가 서글프게 느껴진다.
*찻집 여자
행복 사진관을 운영하는 엄 씨와 찻집 여자와의 밀회를 다루는 화이다.
엄 씨는 현재는 유치원 전속 사진사이지만 자신에게 특별한 예술혼이 있다는 믿음을 버리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
어린 시절 늘 기차를 타고 어딘가로 떠날 궁리를 하던 엄 씨는 어른이 된 지금도 찻집 여자와 함께 도망치지 못하고 현실로 돌아간다.
찻집 여자는 자신의 삶을 지탱하고자 절망적인 몸부림을 한다.
날아가 버린 기역 받침을 다시는 찾을 수없는 ‘행보 사진관’으로 힘없이 들어가는 엄 씨의 뒷모습에서 쓸쓸한 삶의 행보가 예상된다.
*일용할 양식
먹고살아야 하는 문제, 무한 경쟁에 내몰린 현대인들의 이야기, 오늘의 친구가 내일의 적으로 바뀌는 이웃 간의 이해타산에 얽힌 갈등이 잘 나타나 있다.
소소한 판매 경쟁이 감정적인 경쟁 심리로 발전하고 사람들의 심리를 부추겨서 온 동네를 뒤흔들어 놓는다.
일명 치킨 게임의 향연이 펼쳐진다.
공존과 더불어 함께하는 사회를 고민하게 하는 작품이다.
*지하 생활자
개처럼 낑낑거리고 싶지는 않지만 새벽이면 똥 눌 데를 찾아다녀야 하는 영락없는 개 신세가 된, 한 노동자의 기본적인 인간 존엄성조차 보호받지 못하는 이야기이다.
먹으면 싸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똥 쌀 데가 없으면 처먹지 말아야”한다고 말을 한다.
집을 사고 밥을 먹어야 한다는 고민은 마음 놓고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조차 없는 그에게는 사치스러운 고민이다.
기본적인 생리현상과 연관되어 일어나는 갈등이, 일층 주인집 여자 역시 자신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초라한 존재임을 알게 된 후, 그는 동질감을 느끼고 주위 사람들을 이해하는 것으로 갈등을 극복한다.
모두가 자기만의 일용할 양식에 매달린 서글픈 인생들이라는 것을.
*한계령
한계령은 작가 본인의 실제 이야기라는 말이 있다.
원미동은 서울로 진입하지 못한 인생들의 고단한 삶의 고비를 넘는 곳이다. 한계령은 원미동 사람들의 인생 역정을 총괄적으로 정리하는 작품이다.
“내 추억의 가운데 서 있는 표지판”인 고향 친구 박은자가 소설가인 그녀를 만나자고 해도 끝내 주인공은 박은 자와 얼굴을 대면하지 않는다.
소설가인 그녀는 박은자를 통해 자신의 삶을 찬찬히 돌아 본다. 박은자도 소설가인 그녀도 수없이 넘어지고 또 넘어지며 삶의 풍랑을 겪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두 사람 만의 삶의 풍랑은 아니다. 언제나 집안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소설가의 큰오빠도 한 시대의 의미를 잃은 사람이 되고 말았다.
새부천나이트클럽에서 은자로 여겨지는 여가수가 부르는 한계령을 듣고 그녀는 가르침을 얻는다.
나는 온몸으로 노래를 들었고 여가수는 한순간도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발밑으로, 땅 밑으로, 저 깊은 지하의 어딘가로 불꽃을 튕기는 전류가 자꾸 쏟아져 내리는 것 같았다. 질퍽하여 취하여 흔들거리고 있는 테이블의 취객들을 나는 눈물 어린 시선으로 어루만졌다. 그들에게도 잊어버려야 할 시간들이, 한줄기 바람처럼 살고 싶은 순간들이 있을 것이었다. 어디 큰오빠뿐이겠는가 나는 다시 한번 목이 메었다.(p.316)
눈 떠보니 선진국. 박태웅. Already, but not yet. 한빛비즈 (1) | 2024.04.03 |
---|---|
오래된 미래. 라다크로부터 배우다.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달라이 라마 추천 (0) | 2024.03.26 |
불편한편의점. 김호연장편소설. 베스트셀러. 힐링소설 (0) | 2024.01.17 |
연을 쫓는 아이, 성장소설 추천, 아프가니스탄 최초 영어소설, 인생 도서 (1) | 2024.01.10 |
<오십부터 시작하는 나이 공부 > 루시 폴록 (1) | 2023.12.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