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베라는 남자. 장편소설. 베스트셀러.
프레드릭 배크만
프레드릭 배크만
스웨덴의 유명 블로그이자 칼럼니스트이다. ‘오베라는 남자’는 그의 블로그에서 시작되었다. 수많은 독자들이 ‘오베’라는 캐릭터에 반해 이야기를 더 써볼 것을 권했고, 그렇게 ‘오베라는 남자’가 탄생했다. 출간 즉시 굉장한 인기를 모았다. 미국 아마존 소설 분야 1위를 기록했고, 독일. 영국, 캐나다, 노르웨이, 덴마크, 아이슬란드 등에서 베스트셀러로 등극했다. 2016년에 영화화되에 유럽 영화상 코미디상을 받았으며 아카데미 후보에 올랐다. 이후 출간한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와 ‘브릿마리 여기 있다’ 역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2016년에 상영한 영화 ‘오베라는 남자’를 본 적은 없지만, Netflix에서 방영된 영화 ‘오토라는 남자’를 먼저 접했었다. 톰 행크스의 미간에 깊이 팬 주름이 인상에 남았었다. 도서관 사서로 일하는 지인 추천으로 ‘오베라는 남자’를 읽게 되었는데, 영화에서 생략된 세세한 내용과 재치 넘치는 작가의 문장을 직접 접해서 좋았다.
유쾌하고 따뜻하고 마지막까지 감동이 듬뿍 담긴 재미있는 글이다.
오베라는 남자는 평생 자명종을 가져 볼 필요가 없이 기상 시간이 일정하다. 늘 정확한 양의 커피를 내리고,
문 손잡이는 세 번 당겼으며, 거주 지역 내에 자동차가 들어오면 안 된다는 규칙을 철저히 지키는 원칙주의자이다.
까칠하고, 까다롭고, 늘 무언가에 화가 나 있는 표정을 짓고 있으며, 세상을 흑과 백으로만 분류하며, 츤데레의 조상급이 되는 성향의 인물이다. 차는 평생 사브만 탔다. 다른 종류의 차는 차로 인정하지 않았다.
인생이 흑백뿐인 그에게 색깔을 가진 그녀가 나타났으니 그녀의 이름은 소냐였다. 소냐는 그가 가진 색깔의 전부였다.
오베는 아내인 소냐를 평생 사랑했다. 소냐가 세상을 떠난 6개월 뒤 오베는 아내의 곁으로 가려고 자살을 준비한다. 오베는 오로지 빨리 자살에 성공해서 아내의 곁으로 가고 싶을 뿐이다. 자살을 실행하려는 순간마다 오베의 도움이 필요한 사건들이 발생하고, 씩씩대며 그 일들을 처리하느라 자살이 미뤄지게 된다.
그가 죽으려는 순간 앞집에 지상 최대의 얼간이 가족이 이사 온다. 3살과 7살 딸을 둔 임산부 파르바네와 남편 패트릭이다. 이들은 오베를 무척이나 성가시게 한다.
‘그것들’이 이사 온 뒤, 40년 동안 문제없었던 오베의 인생에 조금씩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유쾌한 균열이.
아내가 살아 있었다면 매우 반겼을 균열들이다.
이웃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며, 사사건건 트집을 잡는 고집불통 오베는 이웃들과 팽팽한 대립각을 세운다. 하지만 이웃에 새로 이사 온 파르바네는 망설임 1도 없이 오베를 찾아와 사다리를 빌려 달라고 하고, 운전을 가르쳐 달라고 하고, 자신의 딸들을 돌봐 달라고 부탁하고, 유기된 고양이를 키우라고 반강제로 밀어 부치기도 한다.
오베는 귀찮아서 짜증도 내고 거부도 하지만, 거침없고 규칙과 규범을 따르길 거부하는 어수선하고 유해한 웃음을 웃는 파르바네의 태도에 어쩔 수 없다는 듯 하나씩 부탁을 들어준다.
고집불통 노인 오베의 삶이 파르바네와 이웃들과의 관계로 인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따뜻하게 그려놓았다. 메마른 세상에 인간미를 투척할 수 있는 책이다.
어느 날 오베는 파르바네의 운전을 연습시키다가 패닉에 빠진 파르바네에게
들어봐요. 당신은 애도 둘이나 낳았고 곧 셋째도 뽑아내겠지. 엄청나게 먼 나라에서 왔고, 아마 전쟁이나 박해나 뭐 그런 말도 안 되는 짓거리를 피해 왔을 거요. 낯선 말을 배웠고, 교육도 받았고, 누가 봐도 무능한 인간들과 가족도 이뤘어. 지금까지 당신이 뭐 빌어먹을 거 하나라도 두려워하는 꼴을 본 적이 있다면 난 급살이라도 맞을 거요. 인류 역사상 최악의 멍청이들도 이걸 어떻게 움직이는지는 알았다고. 그러니 당신도 할 거요. 왜냐하면 당신은 완전히 멍청이는 아니니까.
라고 말하며 파르바네가 운전을 할 수 있게 돕는다.
스웨덴 주택가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은, 아파트 생활이 대다수인 우리네 현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은 아니다. 이웃집 문을 두드려 본 적도 언제인가 싶다.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면서 1인 노인 가구가 증가하고, 해결해야 하는 노인 문제가 많아지는 요즘 세상에, 노인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서도 충분히 도움이 될 만한 책이다.
가끔 젊은 사람들이 자신의 부모를 일컬어 ‘우리 집 꼰대는’으로 지칭하는 경우를 본 적이 있다. 노인을 대하는 태도가 드러난다. 오늘날의 노인들은 자발적인 아웃사이드를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그래서 고립된 삶도 감당하며 살고 있다. 부모에게 효도하는 마지막 세대, 자식에 효도 받지 못하는 처음 세대라는 뜻의 ‘마처세대’라는 신조어도 생겨난 판이다.
파르바네는 혼자 사는 노인 오베에게 다가가 오베의 역할을 인정해 주었으며, 마음을 열 수 있는 용기와 기회를 주었다. 파르바네 같은 용기 있는 이웃이 많아진다면 독거노인과 외로운 노인들이 사회와 연결되고 소통하며, 건강하고 활력 있는 인생을 품위 있게 살아갈 것 같다.
품위라는 건 어른이 되어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게 되는 권리라고 할 수 있었다. 스스로를 통제한다는 자부심. 올바르게 산다는 자부심. 어떤 길을 택하고 버려야 하는지 아는 것. 나사를 어떻게 돌리고 돌리지 말아야 하는지를 안다는 자부심. 오베와 루네 같은 남자들은 인간이 말로 떠드는 게 아니라 행동한다는 존재였던 세대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우리는 언제나 다른 사람들과 무언가 할 시간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들에게 말할 시간이 넘쳐난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무슨 일인가가 일어나고 나면, 우리는 그 자리에 서서 ‘만약’ 과 같은 말들을 곱씹는다.
자기가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 하기란 어렵다. 특히나 무척 오랫동안 틀린 채로 살아왔을 때는 더.
이 세상은 한 사람의 인생이 끝나기도 전에 그 사람이 구식이 되어버리는 곳이었다.
사람들은 오베를 까칠 하다고 늘 말했지만 그는 까칠한사람이 아니었다. 그저 내내 웃으며 돌아 다니지 않았을 뿐이었다. 오베는 소망과는 달리 이웃들과 꽤 괜찮게 살다가 세상 편안한 얼굴로 눈을 감는다.
우리 모두는 다가올 미래에 노인이 될 사람이다. ‘나는 아직 쓸모가 있다’라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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